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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이하영) 1

by 프롬닷 2024. 5. 18.

나는 나의 스무 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하루 하루 친구를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즐거움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 때 우리 집에서는 외식이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외출했을 때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스무 살의 나...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당장의 학교 생활이 즐겁고 방송국 동아리 활동이 전부였기에 거기에 몰두하며 하루 하루를 즐겁게 살아갔다.

푸르른 청춘과 미래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미래가 펼쳐주는 현재를 의식하지 못했다.

이하영 작가님이 "미래에 대한 앎이 생길 때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내게는 그것이 책 <시크릿>에서보다는 더 와닿는 설명이었다.

기억이라는 것은 앎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미래의 내 모습을 안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

기억 속의 내 모습이 당연한 것 처럼, 미래의 내 모습 또한 당연한 것이어야 한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을 현재의 모습과 착각할 정도로 몰입할 수 있다면 내 미래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렇게 내 미래를 알게 되면 우리의 뇌는 그것을 현실이라고 착각하고 내 눈 앞에 실현시키는 것이다.

실제 우리의 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어릴 적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숫기 없는 조용한 성격에 사교적이지 못해 먼저 다가오는 친구와만 어울리는 나였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 생일 아침... 학교에 갔더니 누군가 내 생일을 알렸고 많은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나가 선물을 사들고 온 것이다. 한 둘이 아닌 반 친구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친하지도 않은...

실로 놀라웠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도 선생님이 불러서 가 봤더니 나에게 "춤을 잘 추느냐, 그것도 아니면 노래를 잘 하느냐"하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전혀 아니라고 말씀드렸더니 "그것 참 희안하네" 하시며 내가 인기투표 1위를 했다는 것이다.

나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때 이후 나는 수호천사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내가 구체적으로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놀라운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한 뒤 둘째가 또 아들이라는 것을 안 순간, 나는 딸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당연하다는 것의 느낌을 알고 있다.

딸이 생길 때 당연히 딸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냥 딸이었다. 

주변에서는 또 아들이면 목메달이라며 걱정했지만 나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그냥. 당연히. 딸이었으니까!

 

젊은 날의 이런 저런 경험으로 나는 막연히 생각대로 인생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경제적인 면은 그렇지 못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너무 무의식에 박혀서일까?

돈 쓸 일이 있을 때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가볍지 않다. 

걱정이 앞서고 마음이 위축되는 것이다. 

 

막연한 생각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내가 원하는 모습을 꿈꿨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이들에게 둘 중 하나만 고르게 한다든지,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든지 포기를 먼저 가르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돈을 규모있게 쓰는 것은 중요한 행동이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현명한 소비를 가장한 포기를 가르치는 것은 가난의 DNA를 되물림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내 무의식을 풍요로 채워가야겠다.

인생은 내 의지가 아닌 또 다른 내가 펼쳐내는 것이라는 말을 믿고  

명상으로 또 다른 나를 자주 자주 만나야 할 것 같다.